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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반환점을 돈 마이클 매디간 소송

마이클 매디간 전 일리노이 주 하원 의장에 대한 재판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현재까지 11주가 흘렀는데 첫 2주는 배심원단 선정에 들어갔고 나머지 9주는 검찰측 증인들이 법정에 차례 차례 소환돼 심문을 받았다. 심문 과정에서 밝혀진 내용들은 지금까지 정체가 불분명했던 각종 스캔들의 정체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들이었다. 이제 1월까지는 변호인단의 증인들이 나와 심문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니까 재판이 이제 반환점을 돈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 증인 심문 기간 동안 가장 관심을 받은 인물은 대니 솔리스 전 시카고 시의원이다. 솔리스 전 시의원은 매디간 전 의장과는 무관한 개인 비리 혐의가 연방수사국(FBI)에 포착되자 수사에 협력하는 조건으로 자신은 기소를 피한다는 합의를 하게 이른다. 이를 통해 도청과 동영상 촬영을 통해 매디간 전 의장의 뇌물 수수와 갈취 혐의 등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일등 조력자가 됐다. 아울러 에드 버크 전 시카고 시의원의 비리 혐의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     당초 버크 전 시의원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지만 솔리스 전 의원의 증거 확보 노력에 피해자가 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솔리스 전 의원은 본의 아니게 시카고 정계 비리를 한번에 공개하는 일등 공신이 된 셈이다.     솔리스 전 시의원은 이혼으로 인해 자신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뇌물의 유혹에 빠졌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시청 업무와 연관되는 보안업체로부터 프로 스포츠 팀의 경기 입장권을 받는 것은 물론 백만장자가 소유하고 있는 인디애나주의 유명 농장에서 자신의 아들 생일 파티를 열고 사용료는 전혀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시의회의 조닝위원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각종 이권과 청탁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결국 부정부패의 원흉이 되었다. 그는 중국 출장시 현금 다발을 받았고 이권이 걸린 업체로부터 마사지 서비스를 받고 성매매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각종 향응과 뇌물을 받은 솔리스 전 의원은 일리노이 최고 권력자로 군림했던 매디간 전 의장과도 서로의 이권을 나눌 모의를 하게 된다. 전 시카고 우정국 본부 재개발을 비롯해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특정 법무법인을 통해 재산세 인하를 받으라는 압력을 넣은 것이 이번 재판을 통해 확인됐다. 또 차이나타운의 호텔 개발 프로젝트에도 관여해 시카고의 이권 사업에는 대부분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솔리스 의원은 이에 대한 댓가로 본인이 의원직을 그만둔 후 고액을 받는 공공기관의 이사가 되길 원했다.     일리노이 세기의 재판으로도 불리는 이번 심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또 다른 일리노이 정치인으로는 에디 아베세도 전 주하원이 있다. 아베세도 전 의원은 매디간측과 가까운 정치인으로 분류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AT&T와의 거래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직책을 맡아 거액의 보수를 받았다는 혐의인데 아베세도 전 의원은 법정에 출두해 이런 혐의에 대해 일체 부인했다. 자신이 치매를 앓고 있어 지난 일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것이 그의 변명이었다.     하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다른 AT&T 관계자들은 매디간측의 압력 혹은 권유로 인해 아베세도 전 의원에게 보수를 지급했으며 이는 자사에 유리하게 주의회가 움직여줄 것에 대한 기대라고 증언했다. 연방수사관도 출석해 AT&T의 내부 자료를 추적해 어떤 거래가 오고 갔는지에 대해 밝혔다.     매디간 전 의장을 언급하는 별명도 있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공개됐다. 주지사실과 주고 받은 이메일에서 매디간 전 의장을 스핑크스라고 부른 것이 드러난 것이다. 주지사실은 의장측과의 조율을 통해 주지사가 처음 당선된 후 임명해야 하는 각종 직책의 적임자를 추천받는 과정에서 실무자의 이메일에 의장을 스핑크스라고 불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스핑크스는 고대 이집트에 등장하는 괴물로 사람의 머리와 사자의 몸을 갖고 있다. 현재 이집트 기자에 있는 거대한 와상은 기원전 2575년에서 2465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스핑크스는 보통 여인이나 당대 왕의 얼굴을 띄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수수께끼를 내 문제를 맞추지 못하면 목숨을 빼앗는 괴물로 묘사된다. 당대 최고 권력자였던 매디간 전 의장이 자신에게 협조적이지 않는 정적에 대해서는 괴물로 비춰질 수 있었을 것을 감안하면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큰 별명이다.     스핑크스에 대한 재판은 이제 절반을 넘겼다. 1월은 넘겨야 재판이 종료될 테지만 이제까지 밝혀진 비리 혐의만 보더라도 일리노이 정계가 어떻게 움직여 왔고 공개되지 않은 커튼 뒤에서 어떤 딜이 오고 가는지 일반인들에게도 구체적으로 알려진 계기가 됐다. 일리노이 정계에 유독 부정부패가 만연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규제 조치가 없다는 것을 들곤 한다. 예를 들어 부정부패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출소한 정치인들도 특별한 제한 조치없이 곧바로 로비스트가 되어 스프링필드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를 보다 강화하고 윤리법과 정치자금법 등을 손봐야 뿌리 깊은 일리노이 정계의 부정부패가 개선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스핑크스에 대한 법원의 강력한 처벌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스핑크스의 망령이 현재 일리노이 정계에 계속 남아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반환점 마이클 시카고 시의원 시카고 정계 갈취 혐의

2024-12-18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중서부의 습지

중서부 지역에 산재한 습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지대가 낮은 지역에 물을 담고 있는 자연 지형이 사라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대형 농장과 대규모 주택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습지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나면 홍수 예방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습지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습지(wetland)는 평평한 지형이 주를 이루고 있는 중서부 곳곳에서 쉽게 발견된다. 지리적인 높낮이 차이가 없는 지형에서는 폭우가 쏟아졌을 때 습지에서 큰 물줄기를 잠시 담아두며 홍수방지 효과를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십년새 상업적인 농업 등으로 인해 습지가 사라지면서 경제적인 효과로 따지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효과를 날려버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일리노이를 포함한 북부 중서부(upper Midwest) 지역에는 모두 3000만 에이커의 습지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일리노이에만 100만 에이커에 달하는 자연 습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상업 농경지 개발 등으로 인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하지만 습지의 경제적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폭우가 내렸을 경우 습지가 없었다면 한순간에 휩쓸고 지나갔을 물을 잠시 담고 있다가 천천히 배출하는 천연 홍수 방지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또 습지 주변의 토양은 물을 흡수할 수도 있어 홍수 예방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능을 경제적 효과로 따지면 일리노이에서만 연간 230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북부 중서부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3230억달러에서 7540억달러로 추정될 정도로 엄청난 금액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습지를 천연 스폰지와 같다고 평가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기후 변화 등의 이유로 인해서 폭우와 홍수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리노이는 지난 1980년 이후 일곱 번의 대홍수가 발생했다. 그중 여섯 번은 최근 16년새 발생하기도 했다. 2019년 홍수 때에는 홍수 피해로 2204건의 피해 접수가 있었고 건당 1만4000달러 이상의 피해액이 신고됐다. 작년 9월 홍수로 연방 정부는 일리노이에 약 2300만달러의 지원금을 보조한 바 있다. 만약 이런 큰 홍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습지가 없었다면 홍수 피해는 더욱 커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연방대법원은 습지 개발권을 허용하는 등 습지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게 되면 이러한 경향이 더욱 도드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는 과거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1780년대 이후 전국의 습지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일리노이 역시 90% 이상의 습지가 개발 등으로 없어진 상황이다. 이제는 과거와 같이 곳곳에 작은 규모의 습지가 사라지면서 폭우 발생시 물기를 담을 수 없어 넘친 물이 각 가정의 지하로 새어나가고 있다.     사실 시카고 역사는 습지에서 시작됐다. 유럽 탐험가들이 인디언들이 거주하고 있는 시카고를 처음으로 찾았을 때 현재 시카고 강과 미시간 호수가 만나는 지역이 모두 습지였고 주변에는 온통 한국 사람들에게는 삼마늘로 알려진 야생 양파로 가득했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이야 시카고 다운타운이 모두 고층 건물로 가득 채워져 있고 시카고 강이 미시간 호수로 들어가지 않고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모습은 사라진 상태다.     습지는 이런 홍수 예방 기능 뿐 아니라 그린하우스 가스를 효과적으로 저장하는 또 다른 중요한 역할도 한다. 일리노이 자연보호국은 습지가 연간 6000톤의 그린하우스 가스를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정도 양이면 화력발전소에서 연간 1000가구 이상의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때 발생하는 가스를 대기 상에 배출하지 않고 가둘 수 있는 양이다. 그만큼 환경 보호에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는 것이 습지라는 것이다.     특히 습지는 지구 토양 면적의 6%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토양이 저장하는 탄소의 30% 이상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습지가 사라지거나 파괴되면 여기에 있던 탄소는 메탄이나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등의 형태로 대기에 배출되는데 이들 가스는 모두 온실효과의 주범으로 지적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라지는 습지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연방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개발업자가 습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판결한 바 있다. 지표면에서 강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습지에 한해서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습지 전문가들은 강이나 하천과 떨어져 있는 습지는 사실상 없다며 법원 판결에 동의하지 않았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클린 워터법을 통해 습지를 보호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를 뒤집을 가능성도 크다. 만약 그럴 경우 일리노이와 같이 습지 보호를 주법으로 하지 않는 주는 제대로 된 규제 조치가 없는 상황에 놓인다. 미시간, 위스컨신, 미네소타 등과 같은 중서부 주정부는 종합적인 습지 보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리노이의 경우 주재정이 투입된 경우에만 습지를 보호하고 있다. 듀페이지와 레이크 카운티의 경우 자체 조례를 통해 자체적으로 습지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주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습지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주의회에 상정된 습지 하천 보호법의 통과 여부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중서부 습지 습지 보호 습지 개발권 중서부 지역

2024-12-11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소듐 이온 배터리

현대 생활에서 빼놓고는 살 수 없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 배터리가 들어가야 한다. 생활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과 랩탑, 태블릿 등에도 배터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기본적으로 이 기기들은 휴대를 해야 하는데 휴대를 위해서는 배터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요즘 배터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물질은 리튬과 이온이다. 그래서 이를 리튬 이온 배터리라고 부른다. 이 배터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 등의 고급 기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기 때문에 상품성이 있고 전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이 있기 때문에 사용되고 있다고 추측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발트와 니켈 등이 들어가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도 약점이 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점이 호주와 칠레 등 극히 일부 국가에만 리튬이 매장되어 있고 매장된 자원을 채취해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 공해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라고 한다. 리튬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많은 물이 필요하고 이 물이 다시 자연을 오염시킨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없다. 또 리튬 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 시설이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원자재를 수송해서 제조하고 이를 또 전세계로 배송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 배출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최근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것이 소듐 이온 배터리다. 이 배터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리튬이 아니라 소듐을 이용해서 배터리를 제작한다. 소듐은 바닷물에서 얻을 수 있다. 리튬 등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수천배나 많고 배터리로 제작하는데 큰 환경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공급이 쉬운 만큼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도 많다. 가장 큰 장애는 리튬 배터리에 비해 저장할 수 있는 전기량, 에너지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리튬 에너지에 비해 비싸고 어려운 제작 공정으로 인해 보다 싸고 쉽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곳이 시카고대학교 분자 공학 연구소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소는 시카고 다운타운 웨스트 루프에 연구소를 차리고 소듐 이온 배터리의 상품화에 전념하고 있다. 현재는 소듐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안전한 제조 환경을 갖추고 장갑을 낀 채로 물질을 만져야 하는 상태다. 하지만 연구 개발이 끝나면 리튬 배터리에 못지 않는 에너지 저장 용량을 확보하면서 제작 단가를 낮출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방 정부로부터 6000만달러 이상의 지원금을 받아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상용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리튬 배터리가 현재와 같이 전세계 보급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년이다. 리튬 배터리의 가격은 같은 기간 동안 99%가 낮아졌고 성능은 5배가 상승할 만큼 기술 개발에 큰 진전이 있었다. 소듐 배터리 개발을 위해서는 이보다 더 빠른 시간내에, 효율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놓여 있는 셈이다. 시간도 많지 않다. 일리노이의 경우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 생산을 위해서 데드 라인을 설정해 놓았지만 이를 위한 대체 에너지 개발에는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화석 에너지 발전소의 가동 기한을 연장하기도 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의 친환경 재생 에너지를 현재 보다 더 많이 이용하기 위해서는 소듐 이온 배터리와 같은 저장 장치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런 친환경 재생 에너지의 경우 특정한 자연 조건 아래서만 발전이 가능한데 배터리가 없으면 필요할 때 전력 수급을 제 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으로 인해 원자력 발전소의 존재 이유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원자력 발전이 아직까지 안전하고 완벽한 방사능 폐기물 처리 방법이 없는 것과 같은 분명한 단점이 존재함에도 최근 전기 수요 급증으로 인해 재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기술 개발과도 관련이 깊다.     현재 전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리튬 배터리로는 1테라 바이트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지만 이는 미국이 한 시간에 소비하는 전기량에 불과하다. 만약 공해 배출이 없는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전세계에 200~300 테라 바이트의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소듐 배터리가 앞으로 더 많은 기술 개발을 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일리노이 주의회에서는 배터리의 저장 용량을 크게 늘려 전기 수급을 늘려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제출됐다. 일리노이 정부는 오랜 기간 동안 원자력 발전소의 추가 설치를 전면 중단했다가 최근에는 소형 원자로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2045년까지 화석 연료를 이용한 화력 발전소의 운영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일리노이 정부가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고 용량을 크게 늘린 배터리 보급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 용량을 크게 늘리지 않을 경우 화석과 천연가스를 이용한 발전소가 더 오랫동안 가동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엘진의 화력 발전소가 대표적인 사례다. 천연 가스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이 발전소는 당초 2025년 폐쇄할 예정이었지만 북일리노이 지역의 전기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내년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지면서 폐쇄 계획을 연기했다. 내년 컴에드 역시 전기 요금 인상을 앞두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소듐 배터리 개발은 일반 주민들의 삶에도 이미 깊게 자리잡고 있다고 봐야 한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배터리 소듐 소듐 배터리 리튬 배터리 소듐 이온

2024-12-04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블루맨 그룹

시카고 리글리필드 야구장 인근 홀스테드와 브라이어길이 만나는 곳은 젊은 사람들이 붐비는 소위 말하는 번화가다. 대중교통수단이 많고 인근에 대형 병원과 쇼핑센터, 음식점, 주점 등이 밀집해 있어 항상 보행자가 북적되는 이 곳을 찾을 때마다 활력이 넘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블록 서쪽에 있는 클락길을 따라 북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컵스의 홈구장인 프렌들리 콘파인스가 나오고 CTA 벨몬트역도 가까워 접근성도 좋다. 시카고 네이버후드로는 레익뷰 지역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브라이어 스트릿 극장이 위치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극장이 위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치가 중요하고 극장의 주요 고객이 밀집된 곳이어야 한다면 다운타운을 제외하고는 이 곳보다 좋은 장소는 없을 듯하다. 오히려 다운타운보다 북쪽에서 올 경우에는 레익뷰가 더 좋을 수가 있겠다.     이 극장에서 30년 가까이 장기 공연을 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블루맨이다. 이 작품은 출연자가 대화를 하지 않는 마임극이다. 대신 머리와 손 부분에 진한 파란색으로 페인트 칠을 하고 검은색 옷을 입은 세 명의 출연자가 몸짓으로만 연기한다.     6년 전쯤 한국에서 온 고등학생 그룹과 함께 이 공연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전까지는 피상적으로만 접했던 블루맨 공연을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사실 2000년대에 개인용 컴퓨터를 쓴 경험이 있다면 블루맨은 인텔 TV 광고를 통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먼저 접했을 것이다. 당시 거의 모든 개인용 컴퓨터에는 인텔칩이 들어가 있었는데 인텔이 신제품을 광고하면서 블루맨을 투입한 광고를 만들어 전세계에 내보냈기 때문이다. 흰색 바탕의 스튜디오에서 파란색 블루맨들이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고 공연에서도 보여주는 파이프를 이용한 연주 실력을 뽐내다가 펜티엄 3, 펜디엄 4 프로세서를 소개하는 TV 광고는 당시 전세계적으로 블루맨을 알리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실제로 관람한 블루맨 그룹 공연도 광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3명의 블루맨들이 출연해 다양한 연기와 율동, 공연 등을 펼친다. 특별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면 안개를 이용해 객석까지 현장감을 살리는 장치를 했다는 점과 아이폰을 이용해서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던 것, 관객들을 무대로 불러와 공연을 함께 꾸민다는 점 등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관람객들이 기념품을 구입하는 기프크 샵에 출연진들도 나와 정겹게 기념 사진을 촬영해 주기도 했다.     당시 공연장에는 시카고 주민들과 함께 타주, 타국에서 온 관람객들로 가득 찼다. 이렇게 개인적으로도 멋진 추억으로 남아 있는 블루맨 공연이 시카고에서의 장기 공연을 끝낸다고 최근 밝혔다. 구체적인 시카고 무대 공연 중단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어려워진 시카고 공연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시카고에서 끝내는 무대는 내년 봄 플로리다주에서 이어진다고 한다.     시카고는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함께 볼 것이 많은 도시로 유명하다. 시카고 브로드웨이에서는 다양한 작품들이 지금도 무대에 오른다. 히트한 작품도 있지만 시카고에서 첫 무대를 여는 작품도 종종 있다. 시카고에서 역시 장기 공연을 펼쳤던 뮤지컬 ‘해밀턴’을 비롯해 ‘위키드’ 등 시카고에서 성공한 유명 작품도 즐비하다. 무엇보다 시카고의 풍부한 문화적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공연장을 꼽는 주민들이 많다. 시카고에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있고 리릭 오페라가 활동하고 있으며 시카고 시어터와 굿맨 시어터, 해리스 시어터 밀레니엄파크와 같은 무대가 많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조금만 떨어진 도시에 가더라도 이같은 문화적 다양성을 느낄 수 없는 곳이 많다.     시카고에서는 또 여름이면 야외 공연도 풍성하다. 다운타운 밀레니엄파크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에서는 무료로 영화 상영과 오페라, 클래식 무대가 펼쳐지곤 한다. 서버브에서는 라비니아 공연을 즐기는 평범한 가족들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시카고다. 블루맨 공연이 시카고에서 중단된다는 소식에 아쉬워할 수 밖에 없지만 아직까지 시카고에서는 이렇게 쉽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즐비하다는 것은 분명 큰 장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연말이면 생각나는 무대는 굿맨 시어터의 ‘크리스마스 캐롤’이다. 스쿠르지가 나오는 그 작품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크리스마스의 스쿠르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작품은 시카고언이라면 연말마다 떠올리곤 하는 스테디셀러다. 이 작품을 설명하는 문구가 ‘시카고의 홀리데이 전통에 완벽한 작품’일 정도다. 올해는 어떤 배우가 스쿠르지역을 맡았는지 등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기에도 적합하다. 아니면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무대를 올리는 작품도 찾기 좋다. 이 연말 무대에는 한인 학생들이 초대되어 관객들과 만난 적도 있었기에 한인 학부모들과 관람객들에게도 익숙하다.     가끔 한국에서 시카고를 찾는 사람들에게 다운타운에서 즐길 거리는 소개해주곤 하는데 가장 반응이 좋았던 곳이 재즈 공연이었다. 크지 않고 화려하게 내외부를 꾸미지도 않은 다운타운 골목길에 위치한 재즈바에서는 약간의 입장료만 내면 수준높은 재즈 공연을 라이브로 즐길 수 있는데 시카고의 멋진 야경과 함께 매우 잘 어울리는 스팟이라는 평이 많았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는 쉽게 찾을 수 있는 무대가 많다. 다만 잠시 눈을 돌려 이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없었고 시간적 여유가 따라주지 않았을 뿐. 그러니 이를 찾아내는데는 개인적인 관심과 투자만 있으면 다른 것은 이미 다 갖춰진 셈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블루맨 블루맨 공연 시카고 리글리필드 시카고 네이버후드

2024-11-27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일리노이 원자력 발전소의 미래

일리노이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현재 일리노이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전기의 약 절반 이상이 이 원자력 발전소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낡은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을 통해 인공 지능 개발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뉴스가 나왔다. 데이터 센터 건설에 진심인 일리노이 역시 원자력 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향후 일리노이의 원자력 발전 운영 계획에 높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까지 연방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 건립에 소극적이었다. 20년도 전에 원자력 발전소를 통한 탄소 배출 없는 전기 생산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후 치솟는 건설비 증가 등으로 인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인공지능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크게 각광받자 빅 테크 기업들이 먼저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청정, 클린 에너지라는 이름으로 원자력 발전을 하는 유틸리티 기업들과 협력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일부는 오래 전에 폐쇄된 후 방치됐던 노후 원자력 발전소를 다시 가동해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필요한 전기를 확보하고 있다. 미시간에 위치한 코버트시는 연방 정부로부터 15억달러를 확보해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을 시도하고 있다. 아이오와 역시 오래된 원전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연방 정부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보조금 지급 등을 약속하며 원자력 발전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클린 에너지 확보를 위해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인플레이션감축법에 포함시킨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러한 지원 계획이 계속 유지될지 여부가 불투명해졌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대다수의 공화당 지지자들이 원자력 발전소 계획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형 원자로의 경우 기존 원자로에 비해 ⅓ 정도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지만 보다 안전하고 건설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미래 대안으로 꼽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리노이에는 모두 6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으며 여기에는 11개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 이중 5개의 발전소가 시카고가 위치한 북일리노이에 자리잡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 기후변화를 불러오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을 하면서 필수 불가결한 방사능 물질 배출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숙제다. 일리노이와 위스콘신 경계 지역에 위치한 자이온 원자력 발전소는 지난 1998년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인구 2만5000명이 거주하고 있는 자이온은 여전히 방사능 물질을 발전소 현장에 보관하고 있다. 방사능 물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반감기를 이용해 자연적으로 방사능 수치가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방법 외에는 현재로서는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리노이에서는 수십년간 원자력 발전소의 추가 건립을 막는 모라토리엄을 지난 1987년 선언한 바 있다. 최근에는 소형 원자로에 한해 개발과 설치를 지원하는 법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방사능을 가지고 있는 폐기물을 처리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연방 대법원이 핵 폐기물 보관과 처리와 관련한 판결을 내리기로 한 만큼 이에 대한 결정이 향후 원자력 발전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리노이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불투명한 원자력 발전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를 지지하는 업계에서는 풍력이나 태양광 패널과 달리 꾸준하게 일정량 이상의 전기를 생산하는 그린 에너지는 원전이 유일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 대부분이 바람이나 태양광의 변화로 인해 지속적인 에너지 생산이 힘들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라는 목표를 내세운 일리노이 정부가 아직도 원자력 발전으로 절반 이상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원자력 발전에 따른 위험성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는 점. 원전 인근에 거주했던 일리노이 주민 일부가 뇌종양 등의 이유로 발전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은 이런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주정부는 원전 가동과 치명적인 암 발생의 상관관계를 따지는 역학조사에 나섰다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중단한 것도 일부 의심론자들의 의혹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원자력 발전소의 앞날은 대체 에너지의 개발과 생산 단가 등에 달렸다고 파악하고 있다. 셰일가스 붐으로 인해 화력 발전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원전 개발이 주춤했던 과거도 이런 사례를 방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풍력과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이 개발되는 것을 게임 체인저로 파악하고 있기도 하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일리노이 원자력 원자력 발전소 노후 원자력 현재 일리노이

2024-11-20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복귀

12일 시카고 오헤어공항을 통해 한국에서 귀국했다. 대한항공 직항편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이 많았다. 한인들은 절반 가량이 되지 않았고 타인종 승객들이 많았다. 돌아오는 편에 오헤어공항 5터미널의 야외 주차 타워가 공사를 거의 끝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긴 했지만 차량이 타워 안에 주차되어 있었고 터미널에서 주차 타워로 연결되는 다리에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예전처럼 카트를 밀고 주차장 옆으로 난 오르막길을 따라 카트를 밀고 올라가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위안이 됐다. 하지만 우버나 리프트와 같은 공유 차량을 이용하는데에는 불편이 컸다. 즉 5터미널을 이용해 입국한 뒤 우버를 타기 위해서는 국내선인 2터미널까지 이동해야 했다.   입국의 경우 심사와 짐 찾기, 세관 심사가 매우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비수기였고 입국 당시 다른 도착편 비행기가 없었던 것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번 입국 시에는 글로벌 엔트리 인터뷰를 봐야 했다. 글로벌 엔트리는 쉽게 말해 TSA pre check의 국제선 버전으로 생각하면 된다. 개인 정보를 입력한 뒤 발급받는 글로벌 엔트리 카드가 있으면 입국 라인에 설치된 전용 무인 심사대를 통해 사진을 찍고 입국 사실만 알리면 별도의 입국 심사 과정 없이 바로 입국할 수 있는 편리한 제도다. <<〈출국시나 국내선 항공기 탑승시에도 별도의 라인에 설 수 있기 때문에 긴 대기 줄에 서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엔트리 카드는 5년 유효하며 비용은 10월부터 기존 100달러서 120달러로 인상됐다.     짐을 찾는데에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글로벌 엔트리 인터뷰를 위해 대기 시간이 조금 있었는데 인터뷰를 마친 후 짐을 찾는 곳에 도착하니 바로 짐을 찾을 수 있었다. 인터뷰 후에 받는 관세 신고서를 받은 뒤 이름과 주소 등의 개인 정보를 적지 않아도 이 신고서를 세관 직원에 제출한 뒤 별도의 절차 없이 바로 나올 수 있었다. 입국 후 약 40여분만에 터미널에서 나올 수 있었다.     한국 입국시에도 세관 신고서는 별도로 작성하지 않아도 됐다. 새로운 규정에 의해 신고할 물품이 없는 경우는 세관 신고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신고할 경우가 있는 경우에만 종이로 된 신고서를 작성하면 된다.     관세 물품 역시 달라졌다. 주류의 경우 기존 1병에서 2병으로 상향 조치됐다. 단 용량이 2리터 미만이어야 한다. 1인당 면세한도는 800달러다. 향수는 100 ml, 담배는 200개비가 한도로 규정됐다. 웬만한 물품은 면세 한도내에서 구입할 수 있을 정도다. 제품 구매시에는 본인 인증이 안되는 경우 각종 할인 혜택을 받기 힘들었다. 본인 인증을 위해서는 본인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가 있어야 하는데 다양한 이유로 휴대전화가 없으면 여기선 내가 이방인임을 깨닫게 된다.   5년 만의 한국 여행에서 보고 느끼면서 머리 속에서는 자꾸 시카고와 비교하는 버릇이 생겼다. 시카고에서는 이랬는데 한국에는 저랬고 이건 시카고가 좋은데 이건 한국이 더 편하다는 비교와 대조가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다. 그 와중에 무조건적인 추종과 비판은 피하고자 하는 나름대로의 스탠스가 생겨났다. 따지고 보니 인생의 절반은 미국에서 나머지 절반은 한국에서 보냈다. 형식적으로 반반의 삶을 한국과 미국에서 살면서 심적으로는 한국, 형식적으로는 미국의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접했던 뉴스는 희망을 주거나 기회를 찾기에는 거리가 멀었고 미국 역시 경기 침체 우려를 걱정하는 주위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나오는 소식에 무조건적으로 질타를 보내는 사람들과 정반대로 묻고 따지지도 않고 국뽕을 뽐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두 경우 모두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한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대미 수출과 한국 경제에 올 타격은 어떤 것이 있는지 따지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북 관계 역시 어떻게 바뀔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미국의 변화가 한국에서는 큰 파장을 끼치게 됨을 다시 한번 몸소 체감한 순간들이었다.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복귀 한국 입국시 세관 신고서 입국 심사

2024-11-14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박 기자의 한국 방문기

2024년 한국의 가을은 화사로움 그 자체였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나무들은 빨강과 노랑, 갈색의 단풍으로 산들과 가로수가 한껏 단장을 한 모습이었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낮에는 따뜻한 가을 햇살은 지금이 마치 연중 가장 좋은 날씨임을 알리고 있는 것 같았다. 5년만에 마주한 한국의 모습은 이전과는 또 달랐다. 서울 도심은 활기찼고 한강 남북에 나란히 세워진 고층 아파트는 빈틈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숨이 턱 막히고 답답한 모습이지만 이 또한 한국스러웠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는 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 대중 교통 수단을 주로 이용했다. 교통 수단을 이용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매우 효율적이고 바쁘게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 버스 정류장에는 어떤 노선의 버스들이 운행하는지를 보여주는 전광판이 설치돼 있었다. 버스 노선 뿐만 아니라 몇분 후에 도착하는지도 알려주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오고 있는 버스에 자리가 얼마나 많이 비어있는지를 여유, 혼잡 등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수도권 지하철 노선은 기본적으로 1호선에서 9호선까지 운행 하지만 이외에도 공항철도, 인천 1,2호선, 경춘선, 경의중앙, 수인분당, 신분당선, 의정부, 에버라인, 경강선, 우이신설, 서해선, 김포골드, 신림선 등 이름도 생소한 노선 이름이 가득했다.     스마트폰을 한국에서 이용하기 위해선 해외 로밍을 하거나 와이파이 접속만 하거나 아니면 본인 명의의 번호를 개설하면 된다. 이를 위해 인근 휴대전화 대리점을 방문하고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했으며 전화 문의를 통해 시도를 해봤지만 악명 높은 한국의 본인 인증 관문을 넘지 못했다. 본인 인증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각종 신분증은 유효 기간이 지났고 여권은 해당 사항이 없었으며 은행 공동인증서 발급은 쉽지가 않았다. 결국은 포기하고 와이파이를 이용한 미국 스마트폰 사용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의 온라인 주문 등이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 온라인 주문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편함을 놓치는 것과 같다. 온라인 회원 가입 과정에서도 본인 인증 과정을 통과해야 하기에 각종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된다.     한국의 물가 역시 많이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기본 버스 요금은 1500원, 광역버스는 2800원, 택시 기본 요금은 4500원이었다. 심야 택시를 한번 탔는데 약 35분 거리에 3만원이 나왔다. 시카고에서 오헤어국제공항까지 이동하는 20여분에 38달러의 우버 요금이 청구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물가 비교의 척도가 되는 짜장면이 7000원에서 9000원선이었다. 순대와 떡볶이 가격이 1500원에서 2000원대였다.     음식값은 당연하게도 천차만별이었다. 마트에서 파는 30피스 스시 세트가 할인 가격을 적용하면 1만2000원이다. 치킨 한마리도 할인가 58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반면 일산의 횟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인 콤보세트는 20만원이었다. 성인 2명분이라고 들었다. 고깃집 한우 메뉴는 기본 가격이 6만원 이상이었는데 문제는 양이었다. 1인분에 150그람 정도였는데 미국의 넉넉한 양에 비할 바는 아니다.     시카고와 한국에서의 물가와 편의성을 비교하다 보니 아무래도 기준이 미국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비교는 시카고에 오래 거주했던 나의 평가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기에 객관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현실을 그대로 보여줄 수는 있겠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방문기 한국 버스 노선 버스 정류장 노선 이름

2024-11-06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5년만의 한국행

2019년 10월 이후 5년만에 한국을 방문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한국을 방문하는 만큼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일단 오헤어공항이 많이 바뀌었다. 한국행 직항 노선인 대한항공이 이용하는 국제선 5터미널은 최근 몇년간 보수 공사를 대대적으로 했다. 가장 먼저 터미널 앞 야외 주차장 자리에 parking garage가 공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공사 이전에는 단순 야외 주차장이었는데 공사가 마무리 되면 6층 크기의 주차 타워가 운영된다. 출국차 29일 확인한 주차 타워는 회색 마감재로 내부가 간간히 보이고 있었다. 완공 이전까지는 이용객들의 불편이 불가피하다. 특히 터미널에서 나와 짐을 들고 주차장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만만치 않다. 예전 같았으면 카트에 짐을 싣고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했는데 공사로 인해 터미널과 주차장을 연결하는 브릿지를 이용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일단은 터미널 외부로 나온 이후 카트를 밀고 주차장 위로 연결되는 우회길을 올라가야 했는데 경사가 만만치 않아 성인도 카트를 밀고 오르막길을 오르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대신 주차장으로 짐을 가지고 이동하지 않고 주차장에서 타를 빼 입국장인 1층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신 오랫동안 운행이 중단됐던 무인 열차는 정상 운행을 했다. 무인 열차는 1~3 터미널과 5터미널, 장기 주차장, 렌트카 시설 센터까지 이동할 수 있다. 팬데믹 기간 중에는 무인 열차 업그레이드 공사로 인해 주차장과 터미널은 셔틀버스를 이용해야만 했다.       최근 완료된 5터미널 리노베이션 공사로 이용객들의 편의는 크게 개선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면세점과 식당이 크게 늘어난 점. 면세점의 경우 매장 면적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기존 면세점이 편의점 크기였다면 현 면세점은 소규묘 쇼핑몰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매장이 운영되고 있었다. 식당 또한 다양하고 많았다. 시카고를 상징하는 가렛 팝콘을 비롯해 유명 쉐프 릭 베일리스가 운영하는 프론테라 그릴 & 바가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패스트푸드점인 칙필레, 버거킹, 던킨 도너츠, 와우 바오 등에도 식사를 하는 승객들이 많았다.     이날 수속 카운터에서 탑승권을 받고 수화물을 부친 뒤 시큐리티 포인트를 통과하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15분 정도. 성수기가 아닌 관계로 수속을 기다리는 승객은 20명 안팎이었고 시큐리티 포인트는 앞에 줄을 선 승객이 5명 정도였다. 여권을 스캔하고 심사관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바로 통과되는 신속한 수속이었다. 국내선에 비하면 대기 시간이 짧았다.     대한항공은 M14번 게이트를 이용했다. 시큐리티 포인트를 통과하고 나면 정면에 보이는 곳에 위치하는 곳이다. 바로 옆 게이트에서 인도 항공이 출국 준비를 하고 있어서 많은 아시안 승객들이 몰려 있었다. 5터미널 리노베이션 이전까지는 20여개에 불과한 게이트였지만 이제는 40개가 넘는 게이트가 확보됐다. 증설된 게이트 만큼 승객 처리 한도도 늘었지만 현재 리노베이션 공사가 한창인 2터미널에 취항했던 델타와 프론티어 항공 등이 5터미널을 이용하면서 이용 승객이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터미널은 국제선과 국내선을 함께 운영하는 허브 터미널도 재탄생할 예정이다.       이번 한국행을 10월말로 잡은 이유는 승객이 붐비지 않고 항공권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이다. 보통 10월달 한국 직항편은 시카고 출발의 경우 1500달러선이다. 경유편은 1000달러 미만도 가능하지만 경유 시간이 길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다행히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충분해 무료 보너스 항공권을 예약할 수 있었다. 비수기의 경우 한국 왕복 일반석은 7만 마일이 필요하다. 세금과 수수료, 유류 할증료 등으로 600달러 가량을 부담은 했다. 비즈니스석의 경우 왕복 13만마일이 공제된다. 성수기는 이보다 훨씬 높은 일반석 10만5000마일, 비즈니스석 18만5000마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원하는 날짜에 무료 항공권을 얻기는 쉽지 않다. 10월말로 출국 일자를 잡은 것도 무료 항공권이 발급가능한 날로 잡다 보니 확정된 것이었다. 대한항공 마일의 경우 항공 탑승과 함께 제휴 신용카드 사용액에 따른 적립으로도 가능하다. 자영업자의 경우 비즈니스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면 쉽게 마일리지를 모을 수 있다.       15시간의 비행 끝에 30일 오후 5시20분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은 역시 여권 스캔과 지문 터치로 단 20초만에 끝날 수 있었다. 대기 시간은 2분 가량. 수화물을 찾는데에도 20여분 정도가 걸렸다. 입국시에는 대한항공이 기존 1터미널이 아닌 2터미널을 사용했다. 대한항공과 KLM, 에어 프랑스 등이 이용하고 있었다. 터미널 내 무료 와이파이로 급한 연락을 할 수 있었고 한국 여권을 소지한 승객은 별도의 세관 신고서 작성 없이도 간편 세관 심사를 할 수 있었다. 다음주에는 5년만에 찾은 한국의 2024년 가을 모습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한국행 5터미널 리노베이션 국제선 5터미널 터미널 외부

2024-10-30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쇼핑몰 재개발 트렌드

스코키의 웨스트필드 올드 오차드 쇼핑몰, 나일스의 골프밀 쇼핑센터, 버논힐스의 호손몰. 모두 한인들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대표적인 쇼핑몰들이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현재 재개발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라는 곳이다.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은 곳인 만큼 트래픽도 많고 유명 상점들이 밀집한 곳이기는 하지만 최근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새롭게 단장하고자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공사에 들어갔거나 들어갈 예정이다. 물론 시의회의 최종 승인이 떨어진 곳도 있고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최종 완공까지는 적어도 3~4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고 중간에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이 세 곳의 재개발 프로젝트를 보면 또 다른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예전 쇼핑몰이라고 하면 대형 백화점들이 목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고 이들을 연결하는 곳에 주요 소매업소들이 들어선 모습을 갖추고 있다. 식당이나 영화관, 서점 등의 편의 시설도 있고 넓직한 주차장이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전형적인 서버브 지역의 쇼핑몰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샴버그의 우드필드 쇼핑몰이 그렇다. 주요 소매점들은 모두 입점해 있고 주차장에서는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하면서 단순한 쇼핑몰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쇼핑몰의 장점은 한 곳에서 왠만한 제품 구입을 모두 마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차장과 매장 사이를 오고 가다 보면 동선상에서 제품 구입을 모두 할 수 있는 것이다. 편의시설은 꼭 쇼핑을 하러 오지 않더라도 식사와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     재개발 프로젝트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거 시설도 갖추는 것이 큰 흐름이다. 보통 쇼핑몰이라고 하면 상업 시설과 편의 시설이 전부고 주거 시설은 상업 시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시카고 서버브 지역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세 곳의 재개발 장소에는 모두 빠짐없이 주거 시설을 갖추고 있다.     마운트프로스펙트의 랜드허스트 몰의 경우가 이런 유형으로 재개발이 끝났다. 로드 앤 테일러 백화점이 있던 자리에는 주거용과 상업용 건물이 들어섰고 카페와 식당, 영화관 등이 인근 회원용 창고형 할인 매장과 함께 소비자들을 불러오고 있다. 뎀스터와 워키간 길의 쇼핑몰 역시 아파트 건물이 들어서며 이러한 모습을 갖춘 지 오래다.     이런 스타일의 재개발은 이미 큰 흐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의 생활 방식 역시 변화하면서 쇼핑몰도 이런 추세에 맞춰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스코키의 웨스트필드 올드 오차드 쇼핑몰의 경우 최근 시의회로부터 주거 시설 건립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425세대에 달하는 아파트가 복합용 건물에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이것이 1차 계획이고 2차 건설 계획에는 7층짜리 건물이 들어서는데 이 건물 역시 아파트나 호텔이 들어설 수 있다. 일부 주민들은 저소득층을 위한 아파트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반대에 나서고 있지만 주거용 아파트 건설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     한인 거주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북부 서버브인 버논힐스의 호손몰도 현재 재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다. 60번과 21번길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이 쇼핑몰은 지난 1973년에 오픈한 대표적인 지역 상권이다. 쇼핑몰 주변에는 한인들이 운영하는 식당 등도 많다.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마샬필드, 시어스, 로드 앤 테일러 백화점이 앵커 테넌트였다.     이 쇼핑몰도 최근 재개발이 시작됐다. 21세기로 들어가는 새로운 상권을 개발한다는 것이 쇼핑몰 소유사와 시청의 계획이다. ‘호손 2.0’으로 불리는 재개발 계획은이전 전통적인 쇼핑몰 디자인에서 벗어나 있다. 쉽게 말해서 쇼핑몰 안에 작은 타운이 들어선 것이 계획안이다. 복합 기능의 건물이 얽히고 섥힌 것처럼 연결되어 있고 일반 사무실이나 상점이 1층에, 2층에는 고급 아파트가 들어선 것이 기본이다. 예전에는 하나의 큰 체인 스토어가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요즘 추세는 주거 공간과 식당, 오락 공간이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다.     호손몰 재개발 계획에서는 249개였던 주거용 아파트가 290개까지 늘어나고 원 베드룸이나 투 베드룸 아파트 뿐만 아니라 타운홈도 들어설 계획이다. 이렇게 재개발 계획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시카고 북부 서버브에는 주거 기능까지 갖춘 새로운 타운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나일스의 골프밀 쇼핑센터는 주거용 아파트 건설과 함께 주민들을 위한 콘서트장도 마련될 계획이다. 이전 쇼핑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공간이 속속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노스브룩 코트 역시 일부 백화점 부지를 허물로 주거용 아파트가 들어선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쇼핑몰이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체험 위주의 공간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공간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음악 콘서트가 열릴 수도 있고 주말에는 파머스 마켓도 열어 그 활용도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밖으로 벗어나지 않고도 왠만한 활동은 다 할 수 있고 외부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교류의 공간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제 멀지 않아 쇼핑몰에는 물건만 사러 가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체험을 하면서 중요한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쇼핑몰 재개발 우드필드 쇼핑몰 재개발 프로젝트 쇼핑몰 이상

2024-10-23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매디간 재판

지난 20여년간 시카고에서 진행된 정치인들에 대한 재판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재판을 꼽으라면 로드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에 대한 부정부패건이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는 현직에 있다가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었다. 아울러 주지사 재임 당시 부정으로 인해 구속되고 주의회에서 탄핵됐으며 재판에 회부돼 유죄를 판결받는 등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아침 조깅을 마치고 자택으로 들어가는 현역 주지사를 체포해 구속시킨 일은 충격적이기도 했다. 이 일에 대한 배경으로는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짧은 시간내 일리노이 최고 정치 권력자에 오른 주지사에 대한 견제였다고 보는 측면도 있었지만 현역 주지사가 체포되고 기소된 뒤 유죄를 선고받고 수감된 것은 어찌됐건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었다.     조지 라이언 전 주지사의 재판의 경우 역시 부정부패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임기가 끝난 후 재판을 받았고 부정부패 혐의 역시 그가 주지사로 재임하면서 저지른 잘못이 아니라 주지사직에 당선되기 전에 역임했던 총무처 장관시 행태가 문제가 됐던 것이 차이점이었다.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연방 상원 자리를 주 헌법에 따라 주지사가 임명할 수 있게 되자 자신에게 유리한 인물, 자신에게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지명하고자 나눈 대화가 도청되고 재판 과정에서 공개되자 큰 파장을 불러 왔다. 그 유명한 ‘Fxxxxxx golden’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결국 로드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는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된 뒤 유죄가 확정돼 콜로라도 연방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오랜 수감 생활 끝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사면돼 출감할 수 있었다.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와 버금가는 재판이 있다면 에드워드 버크 전 시카고 시의원에 대한 부정부패 재판 역시 파급력이 컸다. 버크 전 시의원은 시카고 시의원으로 그 누구보다 오래 재임했으며 시의회 재정위원장을 오랫동안 장악하면서 시의회에서 가장 막강한 정치인으로 군림했다. 리차드 데일리, 람 이매뉴얼, 로리 라이트풋 시장도 모두 버크 전 시의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버크 전 시의원도 자신의 법무법인을 통해 이권을 챙기고 재개발 사업에 뛰어든 사업가의 편의를 봐주는 댓가를 챙겨주는 혐의로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받았다. 이 재판에서도 역시 ‘Tuna’로 통칭되는 이권 거래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며 시카고 정치권이 커튼 뒤에서 어떻게 이득을 챙기는지 알려지게 됐다.     이 두 재판을 넘어서는 재판이 있다면 8일 시작된 마이클 매디간 전 일리노이 하원 의장에 대한 갈취 재판이다. 1942년생으로 올해 82세인 매디간 전 의장은 1971년부터 2021년까지 시카고 시 남서부 지역을 지역구로 하며 주하원으로 활동했다. 주의원으로 재임하면서 1983년부터 2021년까지 2년을 제외하고는 하원 의장을 독차지했다. 그 오랜 기간 주의회의 막강한 권력을 누렸으나 불법이 없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결국 매디간 전 의장은 10년 이상 뒤를 캔 연방 검찰과 연방수사국에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 대니 솔리스 시카고 시의원이 연방 수사국에 수사 협조를 하는 순간 매디간 전 의장이 컴에드와 AT&T와 같은 대기업과 거래하는 증거가 포착됐다. 또 구 중앙우정국 건물 재개발을 추진하는 업체가 자신의 법무법인을 사용하게 하는 댓가로 편의를 제공하는 장면도 동영상과 음성으로 확보됐다. 그리고 이 과정은 재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 재판에서 중요한 사항은 댓가성을 어떻게 입증하느냐다. 매디간 전 의장측이 부정한 거래를 한 것은 이미 많은 증거를 통해 확인됐지만 이를 통해 어떤 댓가가 오고 갔으며 어떤 이익을 취했는지를 재판 과정에서 배심원단에게 설명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과정이 10주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매디간 전 의장에 대한 재판은 일명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다. 그가 재임한 기간과 그가 일리노이 정계에서 끼친 영향력, 이 재판이 끼칠 파괴력 등을 감안하면 이를 능가할 재판이 적어도 지난 100년간 일리노이에서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컴에드와 AT&T 경영진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됐거나 되고 있으며 비서실장과 로비스트 등 그의 심복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이미 많은 증거들이 확보됐고 공개된 바 있다. 그나마 매디간 전 의장측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곤 최근 연방 대법원에서 확정된 뇌물죄 관련 판결이 있지만 이 역시도 재판 담당 판사가 기각 요청을 거부하고 배심원들이 유무죄를 결정할 때 참고 사항으로만 적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매디간 전 의장측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공직자에 대한 부정부패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은 형량을 엄격하게 적용하곤 한다. 선출직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주민들의 세금을 사용하고 유권자들의 신임을 바탕으로 확보한 공권력을 집행하지만 이를 남용하고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죄를 더욱 무겁게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와 버크 전 시의원, 매디간 전 의장의 재판을 통해 일리노이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는 자못 무겁지 않을 수가 없다. 그만큼 기존 정치권이 부패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는 이런 구태 정치가 다시는 재현되면 안된다는 입장에서 이번 매디간 전 의장의 재판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재판 부정부패 재판 재판 과정 주지사 재임

2024-10-09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의 브라운 벨트

시카고의 멕시칸 인구는 전체의 약 ⅓ 가량을 차지한다. 멕시칸 인구가 늘어난 것은 지난 몇년에 일어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수십년간 외부에서 유입된 멕시칸 인구가 증가하고 태어난 인구가 늘어나면서 시카고 주민 중 인종 비율은 백인 33%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29%다. 그간 소수계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흑인 인구가 28%로 떨어지면서 멕시칸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아시안 인구는 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흔히들 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설과 식당, 조경쪽은 이제 멕시칸이 없으면 운영이 되지 않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시카고 지역 멕시칸을 대상으로 한 연구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중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리노이대학 시카고 캠퍼스의 도시연구소는 최근 2024 라티노 리서치 서밋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가장 최근의 시카고 지역 라티노 인구 현황 자료가 공개됐다. ‘시카고 지역 멕시칸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파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는 시카고의 77개 커뮤니티 중에서 멕시칸 라티노 인구가 절반 이상이 넘는 곳은 15개로 파악됐다.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멕시칸들이 주류인 셈이다. 그리고 라티노 인구는 힘들고 어려운 직군이 다수를 차지하며 로컬 경제를 지탱하고 있었다.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전통적으로 멕시칸 밀집 지역으로 알려진 필센과 리틀 빌리지에서 멕시칸 인구가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카고 남서부 지역에 위치한 이 두 지역은 그간 중서부에서 가장 멕시칸 인구가 많은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런 곳에서 만명 이상의 멕시칸 인구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갖고 있는 셈이다.     연구자들은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이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을 꼽았다. 멕시칸 인구가 몰리면서 지역 재개발이 활발해지자 렌트비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오래 전부터 살고 있던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26가와 켓지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멕시칸 상권의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곳에는 40년 넘게 한인이 주도로 쇼핑몰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최근 거대 자본이 들어오면서 재개발 붐이 일었다. 그 결과 대형 소매업체들이 줄줄이 입주하면서 렌트비가 크게 올랐고 스몰 비즈니스를 했던 많은 한인들이 자리를 잃고 말았다. 시카고의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리틀 빌리지에 위치한 버스 터미널에서는 미국 남부 국경지역에서 이주한 멕시칸들이 끊임없이 유입된 장소로 유명했는데 최근 국경 강화 등으로 유입 인구가 크게 줄었다고 알려졌다.       이 지역에서 유출된 멕시칸들은 시 다른 곳으로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 2000년 당시 멕시칸 인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 시카고 커뮤니티는 6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24년만에 멕시칸 인구가 과반수를 넘긴 시카고의 커뮤니티는 15곳이 됐다. 스패니시 사용이 일상화된 이들 커뮤니티는 시 남서부에 몰려 있었다. 이에 속하는 네이버후드로는 브라이튼 파크, 아처 하이트, 맥킨리 파크, 뉴 시티 등으로 확인됐다. 조사자들은 이 지역을 시카고의 브라운 벨트라고 부르고 있다. 멕시칸 집중 지역은 시 북서 지역에서도 확인된다. 벨몬트-그레그인과 헤모사 지역이 대표적이다.     멕시칸 인구는 시 경계 지역 밖에서도 증가한 것이 확인된다. 연방 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시카고 지역의 멕시칸 중에서 2/3는 서버브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서버브 쿡 카운티에 45만명, 윌, 맥헨리, 케인, 듀페이지, 레이크 카운티에 51만4000명이 살고 있다. 이중 엘진과 오로라를 포함하고 있는 케인카운티가 일리노이 전체 카운티 중에서 멕시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아 27%로 집계됐다.     시카고 지역의 멕시칸 인구가 증가하면서 경제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일부는 학위를 취득하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저임금 업종에 집중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카고 건축업 인력의 50% 이상이 멕시칸이다. 또 전체 요리사의 44%, 건물 관리인(janitor)의 39%, 조경사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이들 업종에서는 멕시칸 주민들이 없으면 제대로 운영되기 힘든 상황이다.     보고서는 "저임금을 받는 멕시칸과 라틴 아메리칸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결과 지역 경제가 활개를 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는 다른 중서부 지역과는 다른 점이다. 클리블랜드와 디트로이트, 인디애나폴리스 등은 멕시칸 인구가 줄어들면서 경제에 끼치는 멕시칸들의 영향력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는 또 가구당 세대원들의 숫자가 평균보다 많고 중간 나이 역시 다른 그룹에 비해 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시카고 지역 멕시칸 주민들의 주택 소유율도 증가했고 빈곤율 역시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일리노이대 도시연구소측은 멕시칸 주민들의 경우 지난 수십년간 꾸준히 시카고 지역에서 인구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앞으로도 인구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가 있어야 이들의 영향력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자원 배분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브라운 시카고 지역 일리노이대학 시카고 시카고 주민

2024-10-02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슈윈 자전거를 아시나요?

지금이야 레저용이나 출퇴근용으로 이용되곤 하지만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시카고에서 자전거는 주요 교통수단이었다.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오래된 사진들을 보면 남자들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짧은 바지에 부츠를 싣고 모자를 쓴 채로 자전거를 탔고 여자들은 긴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던 모습들이 많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마차와 자전거는 시카고 주요 도로를 이동하는 주요 운송 수단이었다. 시대가 많이 흘렀지만 지금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다. 이 자전거의 역사에서 시카고의 슈윈(Schwin)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시카고에 본사를 두고 있지 않고 공장도 운영되지 않고 있지만 독일 이민자들이 세우고 운영했던 자전거 회사는 시카고의 역사에 한 장을 차지하고 있다.     슈윈은 1891년 시카고로 이민 온 독일인 이그나즈 슈윈에 의해 1895년 설립됐다. 이그나즈 슈윈은 시카고로 이민 오기 이전부터 독일에서 자전거를 만들어 왔다. 미국 시장에서 자전거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은 이그나즈 슈윈은 아놀드 슈윈사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자전거 제조 시장에 뛰어들었다. 슈윈의 첫 공장은 시카고길과 피오리아길이 만나는 곳에 위치했다. 이후 헤모사 지역인 노스길와 코스트너길로 옮겼다. 창업자 이그나즈는 이후 수십년간 아들인 프랭크와 함께 사세를 확장했다. 슈윈이 자전거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품질 개선에 큰 공을 들였기 때문이었다. 품질 개선을 위해서는 그만큼 투자가 많아지고 제품은 비싸질 수밖에 없지만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당시 자전거 시장은 경쟁이 치열했다. 다른 경쟁 업체들과 비교해서 월등히 우수한 점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기술적으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었던 점은 1933년 슈윈이 처음 만든 풍선 타이어였다. 당시만 해도 자전거 타이어가 거친 도로 위를 달리다가 쉽게 터지곤 했는데 이를 기술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더블 튜브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외부 타이어 안에 바람을 넣을 수 있는 튜브를 하나 더 넣어서 도로 위를 달리다 타이어가 터지는 현상을 방지한 것이다.     동시에 당시 트렌드에 맞는 레이싱 자전거 라인도 출시했다. 파라마운트라고 불리는 슈윈의 레이싱 모델은 에밀 웨스틴이라는 벨기에 이민자와 함께 만들었다. 1941년에는 기네스 세계 기록도 슈윈의 자전거가 세웠다. 모터로 움직이는 자전거 속도가 100마일을 넘겼던 것이다. 슈윈은 전세계 선수들이 출전한 자전거 대회를 시카고에서 종종 개최하면서 시카고를 자전거 도시로 부각시키는데 힘을 썼다. 전문 자전거 선수들은 당시 돈도 잘 벌었다. 40대 선수들은 연간 10만달러를 쉽게 벌었는데 이는 현재 물가로 감안하면 100만달러를 쉽게 넘기는 금액이다. 그만큼 자전거 경주는 인기가 대단했던 스포츠였고 그 종목의 대표적인 제조업체가 시카고의 슈윈이었던 시기가 있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로는 자전거의 주요 타겟이 성인에서 어린이로 변경됐다. 어린이들에게 더욱 어필하기 위해서 자전거를 장난감 시장에 내놨다. 자전거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반짝이는 크롬을 사용했고 범퍼와 헤드라이트도 자전거에 부착하기도 했다. 당시 자전거는 아이들에게는 필수품이었다. 동네에서 자랑하기 위해서는 다른 아이들 자전거 보다 빛나야 했기 때문에 화려한 장식의 어린이용 자전거가 대세였다. 1950년대 잘 팔렸던 슈윈의 자전거는 팬텀, 바서티, 스팅그레이, 콜레지에이트라는 라인으로 판매됐다. 당시 미국 시장 자전거의 약 25% 정도가 슈윈에서 만들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 모든 슈윈 자전거는 시카고에서 생산됐다.     1970년대에도 자전거 시장은 호황이었다. 이전과 달리 운동 목적으로 타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슈윈은 늘어나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만들어진 자전거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시카고 공장의 시설은 노후화되었고 외국에서 수입된 저렴한 자전거와 경쟁이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취향 역시 산악 자전거와 BMX로 변경됐다. 창업자의 손주인 프랭크 슈윈이 당시 사장이었는데 이런 소비자 트렌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1970년대 산악에서 타는 자전거 붐이 일었을 때 초기 모델은 슈윈의 프레임과 풍선 타이어를 사용했을 정도로 슈윈이 자전거 마켓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상당했지만 슈윈은 소비자의 수요 변화를 정확하게 캐치하지 못하면서 점차 시장에서의 지위를 잃고 말았다. 결국 1980년대 들어 슈윈에는 재정 위기가 찾아왔고 미시시피에 새 공장을 짓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역부족이었다. 1991년 슈윈은 부도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고 유럽계 회사인 폰사에 매각됐다.     현재 폰사는 월마트나 타겟에서 팔리는 아동용 자전거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시카고의 슈윈 공장은 오래전에 문을 닫았지만 이 회사의 후세들은 시카고의 로건스퀘어에서 오스카 웨스틴 사이클이라는 이름으로 자전거 샵을 운영하고 있다. 비록 자전거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가족 운영 소규모 업체지만 조그만 자전거 박물관도 있을 정도로 시카고의 자전거 역사를 품고 있기도 하다. 현재는 업계 상황이 변하면서 이렇게 소규모 자전거상이 존재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국 자전거 업계에서 슈윈이 차지한 바는 자못 크다. 그리고 그 명맥은 아직도 시카고에서 이어져 가고 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자전거 자전거 타이어 자전거 업계 자전거 회사

2024-09-25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현금보석금제 폐지 1년 후

지난해 9월 일리노이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현금 보석금제도를 폐지했다.    현금 보석금제도는 범죄를 저질러 재판에 회부된 피고인이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현금으로 보석금을 낸 뒤 재판을 받는 제도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석금을 내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사법시스템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등에서는 돈만 있으면 큰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을 수 있고 유능한 변호사를 통해 무죄까지 받을 수 있는 제도라면서 폐지를 요구한 바 있다. 결국 민주당이 주도한 일리노이 주의회에서는 현금 보석금제도 폐지를 규정한 법안을 가결했고 JB 프리츠커 주지사 역시 이에 승인하면서 일리노이가 미국에서 최초로 현금 보석금제를 없앤 주가 됐다.     물론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부 카운티 검사장들이 주도해 현금 보석금제를 없애는 법안 통과 과정이 위법이며 주헌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 발효가 늦어지게 됐다. 이로 인해 당초 발효 예정이었던 2023년 1월1일에서 9개월 가량 늦어진 2023년 9월에서야 법안이 발효될 수 있었다. 2024년 9월은 일리노이에서 현금 보석금제도가 전면 폐지된지 꼭 1년이 되는 시기다.     현금 보석금제 폐지를 앞두고 제기됐던 가장 큰 우려는 자칫 범죄 발생이 급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기 때문에 거리에 범죄자들로 가득찰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일부에서는 현금 보석금 제도가 사라지면 일리노이가 범죄자가 득실거리는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실제로는 현금 보석금제를 없애면서 구속할 수 있는 범죄의 유형에 공공의 안전에 위협을 끼칠 수 있고 도주의 위협이 큰 것 등으로 규정은 했지만 실제로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아무리 중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사회와 격리되지 않을 수 있고 재판이 진행중인 도중에 다른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적어도 현금 보석금제가 폐지된 후 1년간은 이런 우려대로 상황이 흘러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로욜라대 형사법리서치센터에서 조사한 결과 각종 수치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우선 범죄를 저지르고 본 재판이 시작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3일 이상 걸리는 경우가 전체의 31%에서 8%까지 떨어진 것이다. 그만큼 유치장에 수감되는 숫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쿡카운티의 경우 재판을 받기 전 구속된 수감자의 숫자는 이전에 비해 14%나 감소했다. 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도중 재판 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도 17%에서 15%로 소폭이지만 떨어졌다. 현금 보석금제가 없어지면서 전자발찌 부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에서도 판례가 쌓이면서 구속과 불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마련되고 있다. 이전 같으면 강력 범죄를 저지르고도 보석금만 내면 즉각 풀려났지만 지금은 구속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레이크카운티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 의사가 부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에게 주먹을 날리고 발로 구타하면서 칼로 찌르고 방화를 할 것이라고 위협한 사건이었다. 이전 같으면 보석금 수백달러만 내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경범죄인 가정폭력죄가 적용됐겠지민 담당 판사는 구속을 명령했다. 범인이 살인 의도가 있었으며 구속이 아니면 피해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는 병원에서 퇴근하는 간호사를 위협해  ATM 기기에 가서 현금을 빼앗으려 한 사건이다. 이 범인은 결국 판사로부터 구속 명령을 받았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를 골라 강력 범죄를 저질렀고 공공의 안전에 위협을 끼친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러한 판례들이 축적되면 구속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확립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돈으로 인해서 사법 정의가 구현되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현금 보석금제가 폐지된지 고작 1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새로운 법이 충분한 효력을 발생하고 있다고 믿긴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 로욜라대학 형사법리서치센터에서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범인이 추후 유사 범죄를 다시 저지르는 경우 등이 확인이 되어야 일리노이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발효 1년이 지난 현재로서는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연구 보고서의 한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사법 시스템 정비는 소수 인종에게만 가혹하게 적용되는 측면을 고려하면 반드시 손봐야 할 과제다. 우범지역을 중심으로 인해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치안 상황으로 인해 불안함을 느끼는 주민들에게도 개선이 시급한 문제다. 아울러 일부 검사장들이 주장하는대로 급증한 검찰과 법원의 업무를 완화시켜줄 수 있는 보완책도 지체없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현금보석금제 폐지 현금 보석금제도 불구속 상태 경범죄인 가정폭력죄

2024-09-18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솔저필드 100주년

국내 프로 스포츠 경기장은 거의 대부분 기업명이 들어가 있다. 시카고만 하더라도 리글리필드,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 유나이티드센터, 올스테이트 아레나, 윈트러스트 아레나 등이 모두 기업 이름을 갖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막대한 금액이 들어가는 경기장 건설을 위해서는 기업 스폰서가 필수적이고 기업은 명명권을 갖는 대신 돈을 내는 것이 적어도 프로 스포츠계에서는 공식처럼 되었다.     이런 점에서 시카고의 솔저필드는 예외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솔저필드는 1차 세계 대전 참전용사의 헌신과 명예를 위해서 그랜트파크 스타디움이나 시카고 시민구장에서 공식 명칭을 솔저필드로 바뀌게 됐다. 그리고 이 전통은 오랜 기간 동안 이어졌고 거액의 기업 스폰서로도 대체할 수 없는 시카고의 상징 혹은 자존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 솔저필드는 뛰어난 입지 조건이 큰 장점이다. 시카고가 세워질 수 있었던 다운타운의 미시간 호수변에 자리잡고 있다. 인근에 함께 위치하고 있는 필드 뮤지엄과 쉐드 수족관, 애들러 천문대와 함께 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뮤지엄 캠퍼스라고 불리는 이 곳은 시카고 시민들 뿐만 아니라 타지 관광객들에게도 꼭 방문해야 할 곳으로 꼽히고 있다.     솔저필드가 100주년을 맞았다. 솔저필드는 1924년 9월 6일 공식 개장 행사를 가졌기 때문이다. 한 세기를 지나면서 솔저필드는 많은 역사를 품고 있다. 사실 솔저필드가 들어선 부지는 호수였다. 이 부지를 매립해 경기장으로 만든 것이다. 매립을 위해서는 최대 15피트 깊이의 호수를 채워야 했는데 총 2만5000 큐빅 야드에 달하는 자갈 등이 투입됐다.     솔저필드와 같은 대형 경기장에 대한 착안은 1915년 시카고 시장에 취임한 윌리엄 헤일 톰슨에 위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 구장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구장 공사 당시에는 1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로 추진됐으나 실제는 7만5000명 규모로 지어졌다. 구장 디자인은 공모를 통해 채택됐으며 당시 시카고 시 주요 건물에도 채택됐던 신고전주의 방식이 사용됐다. 유럽에서는 이미 유행이 지난 스타일로 여겨졌지만 미국인들은 아직도 고대 그리스 양식을 선호하는 추세가 여전했다.     솔저필드에서 열린 첫번째 공식 행사는 해머 던지기와 같은 육상 경기였다. 당시 시카고 경찰 경관이었던 존 월쉬라는 주민이 16파운드 무게의 해머를 132피트 10인치 던진 기록으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고 기록됐다. 이후 솔저필드에서는 실로 다양한 스포츠와 이벤트가 열렸다. 현재와 같이 시카고 베어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71년이었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대형 행사와 스포츠 이벤트가 솔저필드에 집중됐다.     초기 가장 대표적인 행사는 시카고 공립학교 풋볼 우승팀과 카톨릭 학교 풋볼 우승팀 간의 챔피언십이었다. 개장 다음해인 1926년에는 국제카톨릭총회가 솔저필드에서 열렸고 1933년 시카고 만국 박람회 주무대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로데오 경기와 자동차 경주, 스키 점프, 시카고 뮤직 페스티벌 등이 솔저필드에서 열렸다.       한국의 김영삼 대통령도 재임 시절 미국을 공식 방문했을 때 시카고에 들러 1박을 하게 됐는데 아침 일찍 솔저필드에서 조깅을 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전세계에 팬들을 확보한 BTS가 솔저필드에서 이틀간 매진을 기록한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하면서 한인들과 인연을 가졌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에는 조별 예선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2016년 올림픽을 유치하고자 했던 시카고는 솔저필드가 5만명을 채 수용하지도 못하는 규모로 인해 다른 곳에다 주경기장을 임시로 지어야 했던 기억도 남아 있다.     무엇보다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그리스 신전이 우주선을 떠안고 있는 모습으로 바뀐 것에 대한 불호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세계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 호변과 스카이라인과는 조화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큰 탓이다. 솔저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베어스 구단 입장에서는 구단 소유가 시카고 공원국이기 때문에 각종 제약으로 수익을 창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수퍼보울과 같은 대형 경기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돔구장이나 지붕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솔저필드로는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올해 솔저필드에서 경기를 펼칠 시카고 베어스는 큰 희망에 부풀어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 이상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의 베어스 팬들의 바람이다. 무엇보다 칼렙 윌리엄스라는 걸출한 루키 쿼터백을 영입하면서 지난 수년간의 부진에서 벗어날 좋은 기회라고 보고 있다.     시카고 베어스 구단은 솔저필드 남쪽에 위치한 야외 주차장 부지에 새 구장을 건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알링턴하이츠 경마장 부지에 경기장을 지을 계획을 공식적으로 포기한 것도 아니고 세금이 투자되어야 하는 큰 장애물이 남아 있어 실현되기 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베어스 구단이 새 구장을 건설하면 기존 솔저필드는 개방형 공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그러니 늦지 않게 솔저필드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비록 솔저필드와 연결되는 대중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고 운전을 해야 한다면 가까운 곳에서 주차장울 찾기도 쉽지 않지만 100년동안 자리를 지켜온 솔저필드가 언제까지 그 곳에 있을지 확실치가 않다면 한번쯤의 불편은 감수해도 되지 않을까.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솔저필드 사실 솔저필드 시카고 시민구장 시카고 시민들

2024-09-04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신규 주택 건설 지원책

11월 대선을 앞두고 각종 공약이 넘쳐난다. 70일 정도 남은 대선 캠페인 기간 중 다양한 정책이 유권자들을 구애할 것이다. 국경 강화와 이민자 유입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접근하는 방식이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또 각종 경기 부양 정책과 환경 규제, 감세 조치 등은 두 당이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어떤 새로운 정책과 프로그램을 선보이느냐에 따라 유권자의 표심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중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주 시카고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발표한 신규 주택 건설 지원 공약이 눈길을 끈다. 아마도 해리스는 현재 주택 시장의 공급이 부족하며 이에 따라 높은 아파트 렌트비에 부담이 큰 젊은층과 저소득층이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매입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래서 해리스 후보가 내놓은 정책은 첫 주택 구입자들에 대한 다운페이먼트 지원이다. 첫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경우 최대 2만5000달러까지 정부가 지원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원 대상 조건은 있다. 최근 2년간 제 때 렌트비를 납부할 정도로 크레딧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민 1세대에게는 더 많은 주택 구입 지원 프로그램이 제공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한 주택의 규모 역시 함께 제시됐다. 향후 4년간 300만채의 신규 주택 건설을 제안한 것이다. 만약 제안대로 이뤄진다면 다운페이먼트 지원금을 받을 신규 주택 구입자들에게 충분한 주택이 시장에 나오게 된다는 것이 민주당측 주장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프로그램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원 마련이다. 민주당은 필요 재원을 기업세와 고소득자에게 거둔 세금을 통해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지원책이 시행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주택 시장의 변화다. 특히 시카고의 경우 지금도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인데 지원 프로그램이 시행될 경우 주택 구입자가 늘어날 수 있고 이는 곧 주택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주택 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다. 공급을 통해 주민들의 부담을 줄여보고자 하는 정책이 자칫 전체 부동산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시카고를 포함한 중서부 지역은 대표적인 신규 주택 공급 부족 지역이다. 선벨트 지역이나 중서부의 다른 지역에서는 새롭게 주택 지구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카고에서, 적어도 한인 인구가 밀집한 북서부 서버브 지역에서는 대단위 주택 단지 개발을 찾아보긴 힘들다.     전국부동산인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시카고 지역의 신규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건축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1%가 줄었다. 신규 주택 뿐만 아니라 시카고는 주택 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택이 부족하다. 지난달 시카고 부동산 시장에 나온 매물은 4955채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나 줄어든 것이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택이 부족하다 보니 이를 원하는 바이어간 경쟁이 심해지고 주택 가격 역시 올라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서버브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상적인 주택 시장은 6개월간 거래될 주택 매물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격도 안정되고 매물로 나온 주택이 제때 팔리는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단 두달치만 확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시카고 주택가격은 상승세다. 시카고의 7월 중간 거래가격은 36만달러로 1년전과 비교하면 약 6% 가량이 올랐다. 신규 주택 공급을 통해 렌트비 부담을 겪고 있는 서민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정책이 자칫 주택시장 가격 전체를 올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300만채의 주택을 새롭게 건설하는 것은 현재보다 두 배 가량 많이 지어야 한다. 새로 지어진 집으로 입주한 주민들의 숫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렌탈 시장의 수요가 줄어들어 렌트비 인하 요건은 충분해질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후폭풍의 가능성도 내재된 셈이다.     민주당의 선거 공약에는 주택 공급 업체에 대한 지원책도 담고 있다. 첫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수요자들에게 주택을 지으면 주택 건설 업체에 세금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택 공급 업체를 대상으로 한 세금 지원은 사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 규모는 약 400억달러다. 만약 이런 정책이 10년간 이어질 경우 필요한 재원은 2000억달러로 추정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런 지원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존 정책과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즉 저소득층의 렌트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섹션 8과 같은 정부 보조 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중산층이 주택을 구입할 경우 받을 수있는 세금 크레딧 등이 뒷받침되어야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런 주택 지원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무엇보다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공약으로 주택 문제가 주목 받는 경우는 이제껏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물가 인상으로 인해 음식과 주택, 건강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이전에 비해 훨씬 높아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약 역시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어떤 선거 공약이 나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지원책 신규 신규 주택 주택 구입자들 주택 시장

2024-08-28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전당대회의 연설

전당대회는 각 정당의 대의원들이 모여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자당 후보를 선출한다. 또 정강을 발표해 최신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자리다. 미국의 전당대회는 축제다. 회의장에 모여서 심각한 논의를 하는 대신에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맞춰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는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다.     올해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각 주에서 참석한 대의원들이 행사장인 유나이티드센터에 모여 대선 후보를 공식화하는 자리다. 사실 이미 8월 초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정됐기 때문에 전당대회는 후보를 선출한다기보다는 후보의 대선 선거 캠페인 출정식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전당대회의 백미는 후보 수락 연설이다.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그에 앞서 펼쳐지는 지지 연설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당대회 연설이라 하면 2004년 버락 오바마의 기조 연설이다.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 의원이었던 오바마가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게 된 바로 그 연설이다. 이 연설에서 오바마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삐쩍 마른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당시 오바마는 40대였다. 그리고 미국은 보수의 미국, 진보의 미국이 아니라 미합중국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흑인의 미국, 백인의 미국, 라틴의 미국, 아시안의 미국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합중국이 있을 뿐이라는 반복되는 쉬운 말로 단합을 이끌어냈다.     케냐에서 온 유학생 출신의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가 보여준 것은 불가능한 사랑 뿐만 아니라 미국의 가능성에 대한 신념을 공유했다라면서 자전적 스토리도 함께 공유했다. 이 연설은 4년 뒤 그가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국적으로 아무런 명성이 없었던 40대 시카고 정치인이 정치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렇게 전당대회 연설을 통해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은 시작된 셈이다.     퍼스트레이디였던 미셸 오바마도 대중 연설에서 뛰어난 역량을 선보인 바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과 관련된 연설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백악관을 처음 지을 때에는 흑인 노예들이 동원돼 대통령이 업무를 수행할 건물을 지었지만 후에 흑인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처음 당선돼 자신들이 자녀가 백악관을 거니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미국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고 희망이 현실로 이뤄지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담은 연설이었다. 마치 버락 오바마의 연설이 ‘담대한 희망'을 내세우며 아직도 미국이 기회의 나라이자 단합된 국가를 지향하자는 것을 담은 것에 대한 미셸 오바마의 후원 연설로 뇌리 속에 자리를 잡았다. 두 오바마의 연설은 그렇게 이미지화되면서 유권자들의 마음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이튿날까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연설은 태미 덕워스 일리노이 연방 상원의 연설이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덕워스 의원은 이라크전 참전 용사 출신이다. 블랙호크 헬리콥터를 조종하다 적군의 RPG 공격을 받고 추락해 두 다리를 잃고 말았다. 덕워스 의원은 평소 휠체어를 타거나 무릎 아래에 연결된 의족을 달고 걷곤 한다.     20일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대에도 의족을 했고 지팡이를 짚고 등장했다. 덕워스 의원의 이날 연설은 자신의 경험담으로 채웠다. 결혼 후 10년이 지나도 아기를 갖지 못하자 인공수정을 통해 아기를 가졌던 일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면 자신과 같은 전국의 수많은 여성들이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면서 아기를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덕 엠허프의 연설도 처음 접할 수 있었다. 엠허프는 가정적인 면모를 강조한 연설을 했는데 어떻게 변호사가 됐고 해리스 부통령과 만났으며 가정을 이끌고 있는지, 이혼 경력이 있는 자신의 인생을 조금씩 내비치며 소탈하게 웃는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정치인이 갖춰야 할 덕목에 연설이 빠질 수 없다. 어떤 정치인은 연설에 맞지 않는 성량과 톤으로 인해 종종 조롱을 받기도 한다. 자신의 신념이나 비전 대신 상대방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 찬 연설 역시 대리 배설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진 못한다. 정치인은 연설을 통해 현재 정세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고 유권자들의 심리는 무엇을 원하고 있으며 정치인이 내세워야 할 지향점은 무엇인지를 밝히게 된다. 이런 생각으로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지켜본다. 그리고 이후 가열될 선거 캠페인에서는 각 후보가 어떤 메시지를 들고 나올지 기대하게 된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전당대회 연설 전당대회 연설 민주당 전당대회 후원 연설로

2024-08-21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1968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자칫 맥이 빠질 수 있었던 2024 시카고 민주당 전국 전당대회(DNC)가 활력을 찾았다.     이번 전당대회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인데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 등이 해리스를 지지하는 연설을 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출마를 포기한 뒤 해리스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합주에서 막상막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선거판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해리스 부통령은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보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이래저래 시카고가 전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일리노이 주와 시카고 시는 오래전부터 민주당 전당대회가 차질없이 치러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왔다. 애틀란타와 뉴욕 등 전당대회를 유치하고자 했던 경쟁 도시를 제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의 정강 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호텔과 컨벤션 시설 등을 충분히 갖췄다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려도 존재했다. 지난 1968년 시카고 민주당 전국 전당대회가 반전 시위대와 경찰간 무력 충돌로 인해 엄청난 혼란속에 치러진 바가 있는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위대가 안전하게 행진할 수 있도록 유나이티드센터와 맥코믹 플레이스 행사장 주변에는 특정 공간을 지정해 놨다. 이에 일부 시위대가 시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이를 축소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연방 법원은 최근 판결을 통해 안전한 전당대회 진행을 위해서는 이러한 제한이 필요한 것이라며 시카고 시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여전히 유혈 시위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한다.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으로 인해 시위가 악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1968년 시카고 전당대회 사례를 교훈 삼아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당시 상황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와 사진, 신문 기사 등을 종합하면 1968년 8월말 시카고는 반전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여러차례 있었다. 전당대회가 열리기 직전 주말이었던 25일 일요일에는 링컨파크에서 이미 충돌이 있었다. 이날 시위에서 경찰이 오후 11시 공원 폐장 시간 이후 진압에 돌입하며 일종의 사전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약 2000명의 시위대 중 일부는 경찰의 진압에 반발해 대응했고 일부는 피를 흘리는 부상을 입은 것이다. 이날 충돌이 이후 발생하는 혼돈의 시발점이었다는 것이 당시 참가자들의 증언이다.     전당대회의 하일라이트인 후보자 수락 연설이 있었던 28일 수요일에는 시위대 진압에 나선 주방위군이 차량에 타고 있던 시민들에게 총을 겨누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현재 아이다 웰스 드라이브라고 불리는 당시 콩그레스 파크웨이에서 발생했는데 총격이 발포되기 일보 직전까지 가면서 사태가 점차 악화되고 있었다.     결국 이날 오후 미시간길의 공원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9명의 시위대와 2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는데 한 시위대가 그랜트파크 공원의 깃대에 결린 성조기를 내리면서 촉발됐다. 이에 최루가스가 발사됐고 시위대는 공원의 벤치를 쌓아 바리케이드를 친 뒤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당시 공원내 공연장은 시위가 허용된 유일한 공간이었고 몰려든 시위대로 인해 공간이 협소하자 시위대의 불만도 늘어났다. 전당대회는 그랜트파크에서 남쪽으로 6마일 떨어진 시카고 인터내셔널 앰피시어터에서 열렸다. 이 곳은 1999년 철거돼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     대규모 유혈사태는 28일 저녁에 발생했다. 민주당 본부로 사용되던 콘래드 힐튼 호텔(현재 미시간 힐튼호텔)앞에 대규모 시위대가 몰려든 것이다. 오후 8시쯤 약 5000명의 시위대는 미시간과 발보길에 몰렸고 경찰은 차량을 진입시켜 시위대를 무차별적으로 해산시키고 체포한 뒤 구치소로 이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경찰봉으로 시위대를 구타했고 최루가스가 사용됐다. 200명이 체포됐고 피를 흘리며 도망가는 시위대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다음날 시카고 트리뷴은 이 곳을 ‘피가 낭자하는 전쟁터'로 묘사했다. 이후 이날의 충돌은 ‘미시간거리의 전투'로 불렸다. 이날의 충돌을 전국으로 생중계되기 시작했고 시위대는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유혈 시위 장면이 TV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되면서 미국의 시위 문화가 바뀌었고 영상 미디어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도 있었다.     다음날 유명 코메디언이자 사회활동가인 딕 그레고리는 전당대회장으로 행진을 이끌었는데 이 장면은 ‘미국 혁명2’라는 이름으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시카고의 유명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이 작품을 ‘시카고 주민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올해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는 세계의 이목이 몰리는 행사다. 전국의 민주당 대의원들만 운집할 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 후보가 공식 확정되고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대선 공식 출정식을 여는 셈이다. 1968년의 사태를 교훈삼아 행사가 차질없이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다.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전당대회 시카고 시카고 전당대회 민주당 전당대회 시카고 민주당

2024-08-14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탱크에서 익스플로어까지 100년 맞은 시카고 포드 공장

시카고 남동부 끝 칼류멧 강가에 위치한 포드 자동차 공장이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1924년 8월 4일 당시 최신 자동차였던 포드 모델 T를 생산한 이후로 시카고 조립공장에서는 모두 1600만대의 포드 차량이 만들어졌다.     현재는 포드의 인기 SUV 익스플로어가 시카고 조립공장에서만 만들어지지만 예전 포드의 인기 모델이었던 타우러스와 머큐리 세이블, 링컨 네비게이터 등도 바로 이 곳에서 생산됐다. 경찰에 공급하는 차량도 2012년 이후 시카고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또 전쟁 기간 중에는 탱크도 만들어 군수산업기지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시카고 남부 지역 경제에도 큰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113에이커 부지에 들어선 이 조립공장은 280만 평방피트의 넓이다. 지금까지 포드의 주요 차량 15개 모델이 이 공장에서 생산됐다. 예닐곱번의 설비 증설 공사를 통해 새로운 라인을 깔았고 그 때마다 포드를 대표하는 차량들을 만들어 왔다. 지난 100년 동안 시카고의 모진 눈바람 속에서도, 여러 차례의 파업에도, 직원 대량 해고에도,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는 차량을 생산해 오면서 포드의 시카고 조립공장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시카고 공장이 현재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몇번의 위기를 겪고 나서다.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었던 타우러스 모델이 대표적이다. 판매량이 피크를 찍고 나서도 오랜 시간 생산을 이어왔지만 소비자들의 취향이 바뀌고 시장의 선호도가 바뀌면서 판매량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에 포드에서는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생산 라인을 변경했다. SUV의 선두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익스플로어가 대표적이다.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생산되던 익스플러어가 몸집을 다소 줄여 시카고 공장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시카고 공장에서 이미 생산되던 다른 차량과 차체를 공유하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익스플로어의 성공에 힘입어 현재는 시카고 공장에서만 이 모델이 생산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운행되고 있는 익스플로어 경찰차량은 모두 시카고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경찰 차량은 시카고 공장에서 일반 차량과 똑같이 만들어진 후 옆에 있는 특수 공장에서 경찰 차량에 필요한 장치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100년 역사 속에서 시카고 포드 공장은 군수공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1차 세계대전인 한창이었던 1918년에는 군함을 만들어 해군에 납품하기도 했고 전쟁 이후에는 트랙터를 생산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는 최전선에 투입될 탱크도 생산했다.. 모두 3791대의 M20 탱크가 이 곳에서 만들어져 연합군의 전략 향상에 기여했다. 장갑차의 일종으로 그레이하운드라고 불린 M8도 시카고 공장에서 모두 2126대가 만들어졌다. 1944년에는 이 장갑차가 공장 인근의 인디애나 듄스에서 일반 공개돼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1970년대 포드 시카고 공장은 당시 최고 인기 차량들을 만든다. 포드 그랜 토리노, 썬더버드, 그라나다, 머큐리 쿠거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1986년부터 조립되기 시작한 타우러스와 머큐리 세이블은 시카고 공장의 대표 모델로 기록된다. 전륜구동인 이 모델들은 경쟁 업체로부터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타우러스의 항공기 모양을 닮은 디자인을 두고 ‘젤리 빈'이라는 평을 들었으나 소비자들은 미국 최고 베스트셀러 차량으로 타우러스를 선택했다. 1992년 당시 혼다 어코드를 제치고 40만대 이상이 팔린 기록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시카고 공장은 침체기로 들어섰다. 타우러스를 이을 인기 차량이 나오지 않으면서다. 이에 포드는 4억달러를 투자해 2004년 공장 리노베이션 공사에 착수한다. 2006년에는 타우러스의 생산 중단을 단행하고 포드 파이브 헌드레드와 머큐리 몬테고를 만든다. 2010년에 들어서야 시카고 공장은 활력을 찾게 된다. 포드 역사상 가장 히트한 차량 중 하나로 꼽히는 익스플로어가 시카고에서 생산되면서다. 익스플로어는 이코부스트 엔진을 장착해 연료 효율은 높이면서 출력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또 기존까지는 프레임-온-바디 방식이던 차체 구조를 유니바디로 변경하면서 탑승감도 높였다. 이에 2019년에는 10억달러를 투자해 전면적인 공장 재개조에 돌입했다. 타우러스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SUV 제조 전문 공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현재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SUV는 익스플로어를 비롯해 링컨 에비에이터, 경찰 인터셉터 SUV 등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반도체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차량 수백대가 주차장에 세워지기도 했다. 당시 상황을 잘 보여준 사진이 있었는데 반도체가 없어 다 완성된 차량이 출고되지 못하고 졸리엣의 시카고 스피드웨이 자동차 경주장에 빽빽히 놓인 장면이었다. 2023년은 포드 시카고 공장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9월 전국자동차노조(UAW) 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멈춰선 것이었는데 타업이 타결되면서 공장에 대한 미래 투자 계획이 마련됐다. 즉 포드사는 향후 4년간 4억달러를 시카고 공장에 투입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포드의 시카고 공장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공장에 비해 역사는 짧다. 하지만 포드 공장 중에서 연속적으로 운영된 공장으로 치면 가장 역사가 길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올해 공장 완공 100주년을 맞아 2025년형 익스플로어가 새롭게 출시됐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2025년형 익스플로어는 시카고 공장에서만 만들어지기에 거리에서 보이는 신형 익스플로어라면 모두 메이드 인 시카고인 셈이다. 앞으로도 포드의 투자가 이어지면 시카고 공장에서 또 어떤 모델이 만들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익스플로어 시카고 시카고 조립공장 시카고 공장 익스플로어 경찰차량

2024-08-07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의 양자 컴퓨터 캠퍼스

실생활에서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컴퓨터는 이진법으로 연산이 이뤄진다.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계산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0과 1를 바탕으로 연산작업이 이뤄지면서 복잡한 수행 명령 처리가 실행되고 실생활에도 적용된다.     이에 비해 이름부터 생소한 양자(퀀텀) 컴퓨터는 양자 비트로 불리는 큐비트를 사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큐비트는 0과 1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중첩 상태와 얽힘 상태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0도 아니고 1도 아닌 것을 구별하고 이를 이용해 계산을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초전도체나 이온 트랩, 광자 등 다양한 기술이 사용된다. 큐비트는 매우 민감하여 극저온 환경에서 작동한다.     이렇게 구동되는 양자 컴퓨터는 최적화 문제나 분자 모델링, 암호 해독, 양자 시뮬레이션, 복잡한 데이터 분석 등 특정한 문제를 기존 컴퓨터에 비해 훨씬 더 빠르게 계산할 수가 있다. 이 컴퓨터가 현실화되면 새로운 약물 개발과 발견이 쉬워질 수 있다. 또 해킹으로부터 안전한 컴퓨터 통신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아직 상용화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많은 실험을 거친 뒤에야 양산이 가능한 수준이다. 쉽게 말해 양자 컴퓨터는 일반 컴퓨터나 이보다 더 능력이 향상된 슈퍼 컴퓨터보다도 더 복잡한 계산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대용량 컴퓨터인 셈이다. 기존 컴퓨터가 100만번의 연산을 통해 데이터베이스에서 원하는 항목을 찾을 수 있을 때 4158 큐비트 양자 컴퓨터는 약 1000번의 연산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도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이나 새로운 백신 개발, 네트워크 보안 등의 분야에서 더 발전된 기술을 응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만약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하고 산업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면 미래는 양자 컴퓨터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리노이 정부는 가까운 미래에 양자 컴퓨터가 새로운 기술로 도약할 수 있다고 판단해 관련 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국방부 연구소와 함께 양자 컴퓨터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하면서 연방 정부의 지원금도 확보했다. 올해 예산에만 3억달러를 편성해 양자 컴퓨터 캠퍼스를 세우는데 투자했다. 양자 컴퓨터 캠퍼스가 시카고에 세워지면 관련 업계 이 캠퍼스를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리노이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가 열릴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양자 컴퓨터 캠퍼스는 시 남부 구 US 제철소 부지로 낙점됐다. 이 곳에 양자 컴퓨터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회사가 입주를 확정한 것이다. 국방부의 연구소도 이 곳에 자리를 잡고 양자 컴퓨터 연구를 하게 된다. 일리노이 정부 발표에 따르면 양자 컴퓨터 캠퍼스를 통해 향후 10년간 200억달러의 지역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관련 산업 발전을 통해 17만개 이상의 일자리도 창출되고 캠퍼스는 최대 30만 평방피트 크기로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양자 컴퓨터 캠퍼스가 들어설 부지로 확정된 US 스틸 사우스 워크스 부지는 시카고에 상징하는 바가 큰 곳이다. 이 곳은 1900년대 시카고 제조업의 상징으로 불렸던 제철소가 있었던 곳이다. 인근의 인디애나주 개리시의 제철소는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우스 워크스는 1990년대 문을 닫고 말았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제철소에서 생산된 제품은 시카고를 포함해 중서부 지역의 공장에 원자재를 납품하고 고층 건물의 뼈대를 이루는 철강 제품을 생산하면서 지역 경제를 리드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러스트 벨트의 상징처럼 관련 산업을 후퇴했고 공장 문은 닫힌 지 오래다. 이후 오랫동안 이 곳은 시카고의에서 주요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 후보지로 언급되곤 했다. 실생활에 많이 사용되는 일회용품사인 솔로 컵이 이 곳에 공장을 짓고 대규모 주택단지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재개발 계획이 결실을 맺진 못했다. 이로 인해 제철소 부지는 오랫동안 비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인근 지역 경제 역시 활력을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주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양자 컴퓨터 캠퍼스가 이 곳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지역 경제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캠퍼스에 입주하기로 결정한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의 사이퀀텀사는 “시카고는 월드 클래스 시티다. 사이퀀텀사가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충족시킨 도시다. 사이퀀텀사가 미국에서 상용화될 수 있는 양자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이 있었다"며 “여기에는 최고 수준의 재능을 가진 인력과 연구소가 있어야 하고 전세계와 연결성이 뛰어나야 한다. 인프라도 훌륭해야 함은 물론이다"고 밝혔다. 제조업의 중심지가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양자 컴퓨터 캠퍼스로의 변신이 가능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양자 컴퓨터 캠퍼스를 유치하게 된 시카고 시청은 “예전에 이 곳에 제철소가 있었을 때에는 철강이 중심이었다. 철강은 시카고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만들었고 미국을 건설하는데 뼈대가 됐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지금은 잿더미 속에서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컴퓨터 양자 컴퓨터 컴퓨터 통신 슈퍼 컴퓨터

2024-07-31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커말라 해리스 후보

11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에 휩싸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커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횡설수설하며 참패한 이후 당내외에서 사퇴 압박을 받아온 끝에 결국 재선 도전을 접고 말았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 도전을 포기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대선을 4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사실 아직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해리스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8월 시카고에서 치러지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가 공식 확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전당대회에 참석해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의원들에 대한 조사 결과 과반수 이상이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기 때문에 사실상 해리스가 대선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를 비롯해 잠재적인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도 대부분 해리스를 지지하고 있다.     해리스는 검사 출신이다. 남편과 여동생 역시 변호사 출신이다. 자신이 태어난 캘리포니아주에서 검사로 활동했고 이후 주 검찰총장과 주 상원으로 활동한 것이 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까지 이력이다. 검사로 재직하면서 금융 사기와 주택 담보 사기 사건 등에서 성과를 보여줬다. 부통령으로 재직하면서는 코로나 19 팬데믹 대응과 이민 정책, 기후 변화 등에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해리스는 아직 정치적인 연륜이 짧고 부통령으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일단 지난 3년간 부통령으로 이뤄낸 성과가 뚜렷하지 못하다. 언론과 자주 만나 인터뷰를 많이 하면서 존재감을 어필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인터뷰에서는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부통령 취임 후 언론과의 만남이 많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오고 있다.     만약 예상대로 해리스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면 누가 부통령 후보로 나설지도 관심거리다. 공화당에서는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인 JD 밴스가 부통령 후보로 확정됐기에 차별화를 위해서 나설 수 있는 부통령 후보들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피트 부티지지 연방 교통부 장관과 엘리자베스 워렌 연방 상원 의원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해리스를 중심으로 11월 대선에 대처하는 모양새다. 단 며칠만에 해리스를 지지하는 선거 자금이 집중되고 있고 민주당내 도전자가 나서지 않으면서 해리스에게 힘을 모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해리스의 활동을 보면서 국정 책임자로 적임자라는 믿음을 줬는지 여부는 확실치가 않다. 부통령이라는 직책을 맡았으면서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다만 해리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한다면 낙태권이나 중산층 강화, 총기 규제 등과 같은 민주당의 주요 정책이 보다 선명하게 부각되는 효과는 기대된다. 사실 시카고 입장에서는 총기 규제와 같은 이슈가 다른 어느 지역에 비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낙태권 역시 연방 대법원에서 낙태권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중서부 다른 지역에서 이를 불법화하는 조치가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선거와 비교해 봐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 상황이다.     11월 대선까지 많은 변수가 발생하고 결과 역시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를 둔 한인 부모들이라면 자메이카 출신의 아버지와 인도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를 지켜보는 입장은 조금 더 남다른 것은 사실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해리스 후보 부통령 후보들 해리스 부통령 대통령 후보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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